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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하는 의사들] “마우스 클릭 3번이면 복잡한 인공관절 수술 끝나요”

[벤처하는 의사들] “마우스 클릭 3번이면 복잡한 인공관절 수술 끝나요”

노두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창업한 코넥티브
X레이 판독·분석, 수술 설계, AI로봇까지 전주기 프로그램 개발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팀과 협력
“40분 걸리는 인공관절 수술, 절반으로 줄일 것”

 

염현아 기자  입력 2023.05.21. 06:00 업데이트 2023.05.21. 10:05
 

노두현 코넥티브 대표(왼쪽)와 방영봉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오른쪽). /염현아 기자

 

한국인에게 무릎 관절염은 암 만큼이나 두려운 질환이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60%가 앓고 있는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나 연골이 손상돼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연평균 400만명에 이른다.

 

 

고령화와 함께 스포츠 활동에 따른 손상이 늘면서 인공관절 수술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인공관절 수술 건수는 2020년 약 11만건에서 2030년까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연골을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로, 정교하고 정확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 인공관절 수술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술 로봇이 도입되긴 했지만 가이드 역할에 머물러 있다.

 

 

노두현(40)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로봇 개발에 나섰다. 지난 15년간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며 수술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직접 겪어온 노 교수는 2021년 5월 의료 AI 스타트업 코넥티브를 창업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에서 만난 노 교수는 “의대 진학 전 공대 진학을 꿈꿨는데, 결국 의료 AI로봇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로봇 수술을 자동화해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사람이 컴퓨터 마우스로 500번 클릭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AI와 결합한 수술 로봇을 개발해 클릭수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정확도를 높여 기존 40분 걸리던 수술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개발 중인 기업은 전 세계 10곳 내외로 파악된다. 그러나 X레이 판독·분석부터 수술 설계, 부작용 예측, 수술까지 전 주기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개발하는 곳은 코넥티브가 유일하다.

 

'코넥티브 X' / 코넥티브 제공

 

코넥티브는 짧은 외래 진료 중 정확하고 빠르게 X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동판독 소프트웨어 ‘코넥티브 X(X레이)’를 개발했다. 현재 인허가 절차를 거쳐 연말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노 교수는 “혈압이나 당뇨는 수치로 나타나지만, 정형외과 질환은 정성적 분석만 있다”며 “대부분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해 환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형외과 질환은 한번에 바로 낫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들이 많은 만큼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으로 잘 이끌어 가야 한다”며 “X레이 사진만으로 환자의 다리 휜 각도, 관절염 기수를 판독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X선 사진만으로 수술을 정밀하게 계획할 수 있는 ‘코넥티브 P(Planning)’도 개발했다. 환자의 나이와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치료 성공률을 보여준다. 코넥티브 P는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제주대병원 등에서 연구용 시스템으로 활용돼 현재까지 1만건의 분석이 이뤄졌다.

 

이밖에도 코넥티브는 AI 기반 3차원 수술 설계 소프트웨어인 ‘코넥티브 C(CT)’와 이를 하드웨어 로봇인 ‘코넥티브 R(Robot)’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인공관절 수술 후 수혈과 신장부작용, 섬망 등 부작용 예측을 돕는 ‘코넥티브 S(Safe)’도 고도화하고 있다.

 

 

노두현 코넥티브 교수가 타사 로봇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시연하고 있다. / 코넥티브 제공

 

코넥티브의 로봇 개발연구에는 의료로봇 전문가인 방영봉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가 적극 협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신의료기술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20년 융합의학기술원과 융합의학과를 신설해 의학·공학·이학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 연구를 적극 추진 중이다. 노 교수는 오는 2025년까지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8월 카카오벤처스와 슈미트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코넥티브는 올 연말 시리즈A 투자 유치도 앞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인 딥테크 팁스(TIPS) 사업에도 선정돼 3년간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공관절 수술 로봇의 필요성은 언제부터 느꼈나.

“전문의 시작하자마자 느꼈다. 직접 뼈 각도를 재고, 이태리 장인처럼 수작업으로 수술을 해야 했다. 너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웠다. 거의 대부분의 정형외과 의사 분들이 느끼실 거다. 워낙 공학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불편함은 적극 해결하고 싶어 한다. 앞으로 최소 20년은 환자를 봐야 할텐데 이걸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로봇으로 수술이 가능한지 궁금해서 병원 내 AI랩에서 소뼈로도 실험해보고 스캔 업체에서 테스트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해봤다.”

 

 

–공동연구 방식이 아닌 창업을 택한 이유는 뭔가.

“처음부터 창업을 결심한 건 아니었다. 원래 모 대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하려고 했지만, 병원에서 데이터 외부 유출을 우려해 불발됐다. 지금 잘 나가는 AI 업체들과도 하려고 했지만, 당시 스타트업 초기였던 터라 비용이나 시간적 여력이 안 됐다. 진짜 필요한 기술인데 아무도 안 해서 밤마다 잠이 안 오더라. 한 달간 고민하고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 투자를 받고 전문 인력을 꾸리려면 회사가 있어야 했다. 회사를 차리고 방 교수님을 만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융합의학기술원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의사들이 공대와 협업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고 하드웨어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는 같은 병원 소속이니까 협업이 수월하게 진행된다.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 공대와 의료진이 밀접하게 연구하라고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코넥티브가 그 취지에 딱 맞아 떨어졌다. AI 소프트웨어는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고, 현재 로봇과 연동하는 단계에 있다. 연말에는 우리 회사로 기기를 옮겨와서 고도화하려고 한다.”

 

 

–초기 스타트업인데 외래 진료와 병행이 어렵지는 않나.

“오늘도 외래를 보고 왔다. 현재 수술 대기만 1100명이 넘더라. 1년 전만 해도 400~800명 정도였다. 그만큼 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는 거다. 외래 진료는 가장 우선돼야 하고, 대학원 강의, 펠로우 면접, 투자자 미팅, 코넥티브 직원 채용 등 다 소화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어떻게 전망하나.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곳은 국내외 많이 있다. 그러나 전 주기 AI 프로그램과 이걸 로봇과 연동하는 도구는 없다. 이걸 원하는 곳은 병원, 제약사, 인공관절 개발사 등 다양하다. 우선 개발을 잘 완료해서 국내에 먼저 출시하고, 해외 시장도 진출할 거다.”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 / 서울대병원 제공

 

염현아기자 

 

기사본문 :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bio/2023/05/21/HER3KKRV7FC2FIHWZO25YIJLYU/